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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를 잘 활용한 쿠팡 로켓와우 '무료 반품' / 다나와, 아고다 '최저가 보상제'

코그니티오 2024. 4. 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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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인사이트

쿠팡 무료 반품과 다나와, 아고다의 최저가 보상제

 

쿠팡 로고

 

지난 2022년 3월 쿠팡이 유료 회원(로켓와우)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소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료 반품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에게 배송 이후 30일간 조건 없이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일부 블랙컨슈머로 인한 문제 개선을 위해 "사용 흔적이 없는 상품만 교환, 반품이 가능하다"며 무료 반품의 조건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쿠팡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내용(사용 흔적이 없는 상품 한정)은 이전부터 약관에 나와 있었던 것을 고객들이 명확하게 반품, 교환 조건을 인지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공지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약관에 나와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 흔적이 있더라도 조건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 교환을 승인해 주는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쿠팡 반품 서비스 설명

 

쿠팡의 무료 반품 서비스와 관련해 블랙컨슈머로 인한 문제는 한동안 이슈가 된 적 있었다. 필자도, 쿠팡의 조치 이전부터 해당 이슈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해당 이슈는 어떤 소비자가 국내 커뮤니티에 자신의 합리적 소비를 자랑하는 글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은 고가의 전자제품(아이패드, 갤럭시 탭 등)을 제 돈 주고 이용하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자신만의 꿀팁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그 방식은 쿠팡을 통해 제품을 주문한 후 이용하다가 반품 기간 30일 직전에 무료로 반품하고, 새로운 제품을 다시 주문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즉, 사용 흔적이 어느 정도 있어도 큰 하자가 아닌 이상 조건 없이 반품을 승인해주는 쿠팡의 무료 반품 서비스를 악용한 것이다. 해당 글을 본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글쓴이를 비판하기 시작했고, 해당 글은 다른 커뮤니티로까지 퍼져 '블랙컨슈머'들의 염치없는 태도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쿠팡거지' 등의 용어를 낳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해당 이슈와 쿠팡의 후속 조치를 보며, 쿠팡이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으며 소비자 심리에 대해 지식을 얻다 보니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오히려 쿠팡이 엄청난 이득을 보았을 것이고, 블랙컨슈머로 인한 손해는 이익대비 미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 심리에 따르면, 자신의 구매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의 결정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구매를 했으면 구매처의 귀책 또는 제품에 중대한 하자가 있지 않은 이상 반품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쿠팡은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꿰뚫어 무료 반품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로 하여금 제품을 구매하고, 맘에 들지 않거나 생각보다 제품이 별로라면 무료로, 간편하게 반품을 해줄테니 일단 구매를 해보라는 설득을 한 것이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반품 과정이 꽤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뿐더러 반품 비용까지 추가적으로 들기 때문에 반품할 일이 없도록 구매 전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객이 신중하게 고민할수록,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구매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쿠팡은 이러한 고객의 고민을 해소하는 동시에 구매결정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한 것으로 무료 반품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무료 반품을 시행하면 반품률이 증가하고, 반품률의 증가는 반품 프로세스 운영비, 반품 비용 등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 같아 기업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무료 반품 정책은 매출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티몬의 경우 신선 제품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 정책을 시행한 결과 이전년도 대비 판매량이 40% 늘었다고 하며, SSG닷컴도 무료 반품 정책을 시행한 2주 동안 이전 연도 대비 매출이 40% 상승했다고 한다. 무료 반품 즉, 반품 과정이 무료이고, 편리할수록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일단 구매하고, 맘에 안 들면 반품해 버리면 되니까 손해 볼 거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무료 반품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반품률이 증가하고, 일부 블랙컨슈머들 악용으로 인해 기업의 비용도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비용대비 매출의 증가가 더 클 것이고, 100% 환불 보장 등의 마케팅으로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갖추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쿠팡의 경우 한동안 고객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것만큼 무료 반품 정책으로 인한 유료회원의 증가도 크게 있었을 거로 보인다.

 

최근 전자제품 구매와 해외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다나와, 아고다를 이용했을 때 무료 반품 정책과 같이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책이 눈에 띄었다. 바로 '최저가 보상제도'다. 최저가 보상제도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호텔이 여기보다 다른 사이트(기업)에서 더 싸게 파는 걸 발견할 경우 그 차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아고다에서 A호텔을 1박에 10만 원을 주고 예약했는데 부킹닷컴에서 같은 A호텔을 1박에 9만원으로 판매하는 걸 고객이 발견하고 아고다에 문의하는 경우 차액 1만 원을 환불해주는 것이다. 최저가 보상제도의 효과는 '여기가 제일 싼 곳이다!'라고 고객에게 어필할 뿐만 아니라 만약, 제일 싼 곳이 아닐 경우 차액을 환불해주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저가 보상제의 핵심은 고객은 이미 아고다에서 구매를 했다는 점과 구매 후에 다른 곳에서 싸게 파는 걸 고객이 발견하고 고객이 이를 증빙하여 아고다에 차액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숙소를 예약할 때 보통 일정을 고정한 채 숙소를 찾아본다. 찾아보다가 맘에 드는 숙소를 선택하고, 적정한 가격이라면 구매를 결정하게 될텐데, 여기서 좀 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같은 일정과 숙소를 다른 숙박 플랫폼에서도 검색해 가격을 비교해본다. 가격 비교까지 마치고, 가장 저렴한 플랫폼에서 해당 일정의 숙소를 구매(예약)하게 된다. 자, 이렇게 결제를 마쳤다. 결제 이후 같은 일정과 숙소에 대해서 더 알아볼 소비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우연히도 같은 일정과 숙소에 대해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최저가 보상제도를 통해 차액을 환불받으려면 (아마도) 증빙 서류를 구비해서 일련의 절차를 거쳐 신청해야 할 것이다. 보통 숙소를 예약하러 여러 플랫폼을 비교해보면 같은 일정과 숙소일 경우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우연히 최저가가 아닌 걸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미미한 차액을 환불받으려고 귀찮은 절차를 거칠 소비자는 몇 명이나 될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저가 보상제도도 무료 반품과 유사하게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과정에서 구매를 주저하게 되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서 개발한 서비스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로 하여금 "여기보다 더 싼 데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에 대해 "일단 구매해놓고 더 싼 데 있으면 나중에 환불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주고,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일단 사고 어차피 공짜고 알아서 수거하러 온다는 데 여차하면 반품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하게끔 해주는 서비스인 것이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아고다는 과연 최저가 보상제로 환불해준 사례가 몇 건, 얼마나 들었을지 궁금하다. 

 

본문의 내용은 순전히 필자의 주관에 따르며, 반박은 즐겁게 받아들이니 소중한 의견 댓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