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코드 공허의 시대
우리를 짓눌렀던, '삶의 목표'라는 거대한 허상에 대해.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 라이프코드 채널의 강연이다.
영상 제목은 「우리를 짓눌렀던, 삶의 목표라는 거대한 허상에 대해」다.
목표는 내 삶의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영상의 제목이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내 상식에 큰 돌을 던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강연자 나처럼 기존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반감을 품거나 의문을 느끼며 영상을 클릭하도록 의도했다면, 성공적이었다.
외적 동기
목표에는 외적동기와 내적동기 두 가지가 있다. 행위 자체를 위한 동기는 내적동기고, 외적동기는 행위랑 떨어져 있는 동기다.
게임을 하는 어린아이에게 어른이 질문한다.
"너 그 게임 왜 하니?"
아이가 대답한다.
"재밌어서요."
아이의 대답은 게임을 함으로써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말한다. 이런 것이 내적동기다. 반면, 어른의 질문 의도는 '게임을 해서 나중에 (그 게임과 동떨어진) 어떤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본 것이다. 예컨대, '프로게이머가 될 거니?' 같은 의미를 담은 질문이다.
"그 게임하면 네 인생 목표에 어떤 도움이 되니?"
아이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도움되지 않는다. 그 게임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얻을 뿐이다. 미래에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즉, 외적동기로 인해 그 게임을 '지금'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강연자가 언급하는 '없애야 하는 목표'는 '외적동기'에 대한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 서울대라는 목표를 생각해봐. 서울대에 들어간 너의 모습을 상상해봐. 자 책상에 서울대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봐(목표 가시화). 어때? 공부하고 싶지? 불타오르지?"
모두가 흔히 경험하고 알고 있던 그 목표에 관한 사례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어떤 목표에 대한 것으로 이러한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강연자는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테레사 M.아마빌레, 이 교수를 필두로 여러 학자들이 외적동기의 무용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즉, 외적동기는 인간을 치열하게 하는데 효과 없다.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말한다.
- (1) 시간 간극이 크다. (2) 보상 한계가 있다. (3) 역효과
계속해서 공부로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의 나이는 14살이다. 목표인 서울대에 들어가려면 무려 5~6년 후의 일이다. 오늘의 일이 5~6년 후의 목표 달성과 간극이 크기 때문에 와닿지 않는다. 와닿지 않아 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보상을 내건다. '이번 모의고사 평균점수가 80점이 넘으면 핸드폰 사줄게'. 시간 간극이 훨씬 줄어든 목표가 주어진다. 핸드폰이 갖고 싶은 아이는 공부를 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 시험때는 어떨까? 아마도, 아이는 하기 싫은 걸 핸드폰(보상)을 위해 억지로 했기 때문에 더 큰 보상을 바랄 것이다. 보상은 한계가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어떡하지?, 서울대 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물론, 목표 달성을 위해 이 악물고 해서 목표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다만, 그럴 때 생기는 것이 '번아웃(병든 치열)'이다.
우리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 하기 싫은 걸 하는 것이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목표가 있어야 하기 싫은 걸 하게 되고, 치열하게 살 수 있다.' 는 말에 세뇌되어 있다. 외적 동기로 인해 '치열하게 사는 것' 을 잘못 이해했다. 삶이 충만해지기 위해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 단, 내적 동기로 인한 치열함이 삶을 충만하게 한다.
내적 동기
내적 동기란, 행위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아이가 느끼는 그 즐거움이 바로 내적동기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단순히 '재밌는 것만 해야 한다. 쾌락적인 것만 해야 한다.'가 아니다. 일이나 공부를 함으로써 즐거움을 얻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공부에서 즐거움을 찾아보고, 그 즐거움으로 공부해봐!' 가 절대 아니다.
서울대에 간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물어본다. 우리의 상식으로 추측컨대, 명확한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학생들의 대답은 다르다. '대충하고 집에 가면 뭔가 찝찝하더라고요.', '열심히 공부하면 후련하고 좋았어요.', '그날 공부를 열심히 안 하면 후회되더라고요.' 요컨대, 현재 공부를 열심히 함으로써 얻는 만족감(반대로 말하면 열심히 하지 않으면 느끼는 공허함, 부정적인 감정을 느낌) 때문에 열심히 한 거라고 말한다.
강연자는 말한다.
"그 학생들은 하루 단위가 작은 아이들인 거야. 미리미리 착실하게 계획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눈 앞의 하루, 눈 앞의 오전이 아까워서 그런 거예요. 수학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은 게 아니고요. 그냥 공부했다. 내가 치열했다. 라는 치열 자체에서 오늘 치열, 그 동력으로 한 거에요"
미래의 목표(외적동기)를 위해서 한 게 아니라 오늘의 충만감을 위해서 한 거라고 설명한다.
강연자는 또다른 예로,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씨의 사례를 든다.
어느 방송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김연아 선수에게 묻는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힘든 훈련(운동)을 매일 하십니까?' 김연아 선수가 대답한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방송에서 김연아 선수에게 질문한 사람과 대답을 듣기 전의 우리는 최고의 성과를 이룬 김연아 선수에게 어마어마한 노력과 멘탈 관리의 비결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대답은 그 기대와 전혀 다른 대답이다. 다소 힘이 빠지기도 한다.
강연자는 대답에 대해 설명을 덧붙인다. 분명 훈련할 때 힘들고, 다치고, 아프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많았을 거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올림픽 금메달 같은 목표를 생각하며 다시 훈련하곤 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김연아 선수는 그냥 한 거다. 하기 싫은데 안 하면 찝찝하니까 한 거다. 훈련하는 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서 하기 싫은 일이지만 훈련을 마치고 나면 치열하게 살았다는 만족감을 얻으니까 힘들어도 할 수 있었던 거라고 설명한다.
(중략)
(중략한 내용은 우리 대부분은 왜 목표 설정이 중요한 것으로 배우게 되었는지 '자본주의, 돈'을 근거로 설명하는 내용이다.)
강연자는 목표 없는 치열한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머릿속에서 '이걸하면 뭘 얻을 수 있을까?, 뭐가 이루어질까?' 라는 결과를 지우세요. 앞뒤 없이 순간에 몰입하세요"
후기
이 강의 내용을 나는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본질적인 방법이 아니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서 버틸 게 아니라, 오늘 하루 충만감을 얻었다면 된다. 충만감은 쾌락,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행위를 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힘들었지만, 하기 싫었지만 그럼에도 노력했다면'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저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느낄 때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목적(외적동기)은 충만감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그 목적을 기준으로 오늘의 노력 목적 달성에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게 되고, 기준에 못미치면 충만감을 느낄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뭐하나, 내 집 하나 없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데.' 목적을 이루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랜 목적 (집을 사는) 을 이루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물며, '내가 이걸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은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집을 샀어도 내 인생은 집을 사는 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외적동기로 인해 열심히 사는 것은 행위 그 자체에 가치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열심히 살아도 허무해진다. 결국, 하기 싫은 일을(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동기가 사라지는 것이다(아닌 경우도 분명 있다. 강연자는 10% 정도의 사람들에게는 목표가 더 열심히 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목적과 무관한 일상을 가치 없게 만든다.
「미래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현재의 충만감을 만끽하기 위해 '그냥' 한다.」
공무원을 퇴사한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왔다. 그 고민이 점점 나름의 결론이 지어지는 것 같은 요즘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대답한다(누구나 그렇겠지만).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액수로 100억 원을 목표로 생각했다. 100억 원 목표는 그대로지만 경제적 자유에 대한 생각으로 액수보다는 내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기준에서 만족해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좀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경제적 자유는 행복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이 갖추어져도 100% 행복하게 살 수 없다. 따라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그 나름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재를 살자,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자」
살면서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힘든 순간도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알고 힘든 순간보다 행복한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순간에 더 집중하려면 일상에서 평범한 순간들을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기 보다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노자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행복은 순간이다. It (happyness)'s moments"
'일상 속 Insi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비자 심리를 잘 활용한 쿠팡 로켓와우 '무료 반품' / 다나와, 아고다 '최저가 보상제' (0) | 2024.04.22 |
---|---|
미루는 습관 - 이동귀 교수, 유퀴즈 온 더 블럭 (1) | 2024.04.04 |
[동기부여]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x (0) | 2024.03.26 |
내 자아를 찾는 시간 유퀴즈 온 더 블럭 손석구 (2) | 2024.03.12 |
도박 중독 전문의 신형철 교수의 위로. 유퀴즈 온 더 블럭 (2) | 2024.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