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온 더 블럭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유퀴즈 온 더 블럭' 이다. 연예인,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사람, 전문직, 일반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뷰이로 나와 인터뷰어 유재석, 조세호 씨가 인터뷰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는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클립(하이라이트)이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 되는 분량으로 업로드되는데, 그 클립을 자주 보는 편이다. 이 방송이 좋은 점은 마치 책과 같아서다. 인터뷰이로 나오는 사람들의 삶을 살아온 방식, 경험들을 당사자들이 생생하게 말하는 걸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유재석 씨의 말은 리액션이 대부분일 뿐 우리가 듣기 힘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도박 중독 전문의 '신형철' 교수
오늘 본 클립은 도박 중독 전문의 '신형철' 교수가 나온 방송이다. 도박과 도박을 치료하는 방법 등 전반적으로 도박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지만 방송의(정확히 말하면 클립의) 막바지에 신형철 교수의 말이 가슴에 와닿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유재석 씨가 신형철 교수에게 타인의 정신과 마음을 치료하는 전문가로서, 정작 본인의 마음을 돌보지 못할 때도 있는지 질문을 한다.
"정작 본인의 마음을 돌보지 못할 때도 있으신가요?"
신형철 교수가 대답한다.
"어렵죠"
대답을 이어간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죠. 나의 의지만으로 나의 노력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이 있습니다. 저는 2018년 12월 31일 밤을 평생 잊지 않습니다."
그날은 자신이 치료하던 조현병 환자에게 찔려 한 정신과 전문의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사망자는 故임세원 교수로, 신형철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부소장이었다. 오전에는 신형철 교수가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故임세원 교수가 진료를 보았던 긴밀한 동료였다. 운전을 하고 가는 중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해당 사건을 말하는 신형철 교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눈에 눈물이 고인다.)
"저는 맷집이 무지무지 좋은 사람이거든요."
** 정신과 의사는 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이 다시 중독에 빠지는 일이 비일 비재해서 허탈함과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 역할이라 맷집이 좋아야 한다고 앞선 질문에서 말했다.
"그런데도, 버티기가 힘들었나 봐요. 제가 자면서 그렇게 서럽게도, 서럽게도 울었대요."
"그리고 몇 달을 지나고는 다시 일어서기로 했어요. 그 아픔도, 그 슬픔도 내 삶의 한 부분임을 수용하고 나는 다시 일어서서 나의 길을 가야 한다."
대답을 이어가던 신형철 교수가 질문한다.
"그가 떠나고 나서 내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이 뭔지 아세요? 우리 둘이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습니다. 충격적이었죠"
말을 이어간다.
"그때부터 나의 제자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누구야 밥 먹자'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큰 아픔을 겪고도 살 수 있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한 가지는 모두가 아는 「시간의 힘」을 이야기하고, 시간보다 위대한 치유의 능력을 가진 게 딱 한 가지 더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감정 기억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작은 일상에서 씨익 웃게 되는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감정이 동반된 기억은 뇌에 남게 되죠. 지금 우리 옆에 있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과 맺는 이 관계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마치면서 영상은 마무리 된다.
신형철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지만 '삶의 태도'에 관한 가치관을 느꼈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행복과 슬픔은 공존할 수 없는 단어로 생각한다. '행복한 슬픔'은 모순적이다. 하지만, 슬픔도 삶의 일부분이다. 배우 박신양 씨가 어느 강연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 러시아 철학자의 시가 있었는데요.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우리의 인생은 행복하고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있었죠."
그러면서 '삶을 돌아봤을 때 즐거웠을 때보다 힘들었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은데 그 힘든 시간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 뜻이 된다.'고 말하며 힘든 시간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박신양 씨가 한 이야기과 신형철 교수의 말 의미를 곱씹어본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 아픔, 슬픔, 힘듦도 내 삶의 일부분임을 알고, 일상에서 작지만 긍정적인 순간이 많아질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슬프다고, 힘들다고 불행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나는 8년 가까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성과는 없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안하고, 다시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게 더 편할 거 같다며 흔들린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순간 신형철 교수의 말을 듣고 위로를 받았고, 마인드셋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실은 머리 속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내 인생에서 이 시간은 짧은 순간에 불과할 거고, 이 순간을 잘못보낸다고 해서 나는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흔들려도 좋고, 불안해 해도 좋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버티고 또 버티다가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쌓여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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